국가데이터처(처장 안형준)는 개인의 혼인과 출산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경제·사회적 요인과 정책 제도와의 관계를 분석할 수 있는 ‘인구동태패널통계’를 개발하고, 그 결과를 16일 공표했다.
이번 통계는 출생아 수나 합계출산율 등 단년도 지표 중심의 기존 통계를 넘어, 동일한 개인을 장기간 추적하는 종단(패널) 분석을 통해 혼인과 출산의 ‘변화 과정’을 살펴본 것이 특징이다. 저출생 현상을 개인의 가치관이나 선택 문제가 아닌, 구조적·정책적 환경의 결과로 분석할 수 있는 통계 기반을 처음으로 구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가데이터처는 지난해 12월 3대 영역 61개 지표로 구성된 ‘저출생 통계지표 체계’를 공개한 데 이어, 올해는 보다 정밀한 분석을 위해 개인 단위의 인구동태패널통계를 신규로 개발했다. 이번 통계는 인구동태코호트DB와 각종 통계등록부 등 다출처 행정자료를 연계해, 1983~1995년생을 대상으로 혼인과 출산의 변화를 기준연도와 비교연도 간에 분석했다.

분석 결과, 출생 세대에 따라 혼인과 출산 선택에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다. 동일한 연령에서도 과거 출생 세대가 최근 출생 세대보다 기준연도의 혼인·출산 비율은 물론, 3년 후 혼인과 출산으로 전환되는 비율이 모두 높았다. 이는 “요즘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기피한다”는 인식과 달리, 시간이 흐르며 악화된 사회·경제적 환경이 생애 선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지역별로는 수도권 거주자의 혼인·출산 여건이 가장 불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은 기준연도의 혼인·출산 비율뿐 아니라, 3년 후 혼인과 출산으로의 변화 비율도 타 지역보다 낮았다. 주거비 부담과 생활비 상승, 불안정한 주거 환경이 결혼과 출산을 지연시키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고용과 소득 역시 중요한 변수로 확인됐다. 상시 임금 근로자의 경우 기준연도의 혼인·출산 비율은 성별에 따라 차이가 있었지만, 3년 후 변화 비율은 남녀 모두 근로소득이 평균을 초과한 집단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이는 출산이 성별이나 인식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적 안정성과 고용의 질에 크게 좌우되는 문제임을 보여준다.
특히 정책 효과 측면에서 눈에 띄는 결과도 확인됐다. 첫째아 출산 후 육아휴직을 사용한 사람은 사용하지 않은 사람보다 3년 후 다자녀 비율이 높았다. 이 같은 효과는 거주지, 소득 수준,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공통적으로 나타나, 육아휴직 제도가 추가 출산을 촉진하는 데 실질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패널 데이터(Panel data)
안형준 국가데이터처장은 “앞으로 매년 인구동태패널통계를 공표해 사회 전반의 구조적 변화와 개인 특성을 함께 고려한 통합적인 저출생 분석 기반을 마련하겠다”며 “다각적인 데이터 분석을 통해 실효성 있는 저출생 정책 수립에 지속적으로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통계를 통해 저출생 문제의 해법이 단기적인 출산 장려책이 아니라, 주거 안정, 양질의 일자리,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 조성에 있음을 데이터로 확인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